병동에서 야간 근무를 돌다 보면 며칠 사이에 걸음걸이가 달라진 환자를 자주 만납니다. 입원 전까지 혼자 화장실을 다니던 어르신이 링거를 꽂고 침대에 누워만 지낸 지 일주일 만에 다리에 힘이 풀려 부축 없이는 일어나지 못합니다. 처음 병원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이 변화가 그저 병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병동과 캐나다 병동을 오가며 근무해 보니 원인은 병 자체보다 침상 안정 기간에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근육은 쓰지 않으면 놀랄 만큼 빠르게 사라집니다.
혈압과 혈당은 매일 재면서 근육량은 아무도 재지 않습니다. 숫자로 확인되지 않으니 위기감도 없습니다. 그런데 근육은 30대를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60대 이후에는 상당량이 눈에 띄지 않게 빠져나갑니다. 빠진 자리는 지방과 관절 통증이 채웁니다. 이 글에서는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병동과 일상에서 확인한 근육 저축법을 정리합니다.
병동에서 본 근감소증, 남의 일이 아닙니다
준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며칠 달았던 환자가 발관 후 숟가락을 들지 못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중환자실 획득 쇠약이라 부르지만, 현장에서 지켜본 실체는 단순합니다. 근육은 침대에 누워 있는 그 순간부터 소실됩니다. 하루 이틀은 티가 안 나지만 열흘이 지나면 계단 하나 오르는 일도 버거워집니다.
문제는 이 흐름이 중환자실 환자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반 병동에서 무릎 수술 후 통증 때문에 걷기를 피하던 환자도, 퇴원할 즈음에는 수술 부위보다 반대쪽 다리 근력이 더 떨어져 있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근감소증은 갑자기 찾아오지 않습니다. 조금씩 덜 움직이는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예방을 미루는 분에게는 되도록 지금 시작하시라고 권합니다.
한국과 캐나다 병동을 함께 겪으며 눈에 띄는 차이도 있었습니다. 한국 병동에서는 수술 직후 통증 조절이 우선이라 침상 안정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지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반면 캐나다에서는 수술 다음 날부터 물리치료사가 붙어 억지로라도 복도를 걷게 하는 조기 보행 원칙이 훨씬 엄격했습니다. 통증을 참고 걷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이 경험 이후로는 회복 속도가 침상에 누워 있는 기간이 아니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점에 달려 있다고 믿게 됐습니다.
근육 되는 단백질 식단, 시간을 나눠야 흡수됩니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근육 키우려면 단백질 드세요"라고 말하면 대부분 고기부터 떠올립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위산 분비와 소화 효소 활성이 줄어 한 끼에 고기를 많이 먹어도 상당 부분이 소화불량으로 끝나거나 그대로 배출됩니다. 중요한 것은 양보다 흡수율과 분산 섭취입니다.
체중 맞춤형 하루 섭취량
중장년층에게 권장되는 하루 단백질량은 체중 1킬로그램당 1.0~1.2그램입니다. 체중 60킬로그램 성인이라면 하루 60~72그램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 양을 저녁 한 끼에 몰아 먹으면 몸이 감당하지 못합니다. 사람이 한 번에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단백질은 대략 25~30그램 안팎이라, 아침·점심·저녁에 20~25그램씩 나누어 먹는 편이 하루 종일 근육 합성을 자극하는 데 유리합니다.
소화 부담을 줄인 하루 식단 예시
- 아침: 삶은 달걀 2개, 찐 두부 반 모, 바나나 1개
- 점심: 생선구이, 현미밥, 부드럽게 무친 나물
- 간식: 무가당 요거트 1컵 또는 두유 1팩에 견과류 한 줌
- 저녁: 푹 삶은 닭안심이나 사태 수육 100그램, 쌈 채소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노인의료센터에서도 노인은 같은 양을 먹어도 근육으로 합성하는 능력이 떨어지므로 체중 1킬로그램당 1.0~1.2그램, 급만성질환이 있으면 1.2~1.5그램까지 늘려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건강상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릎과 허리를 지키는 3단계 저항 운동
근육을 키우겠다고 유튜브를 보며 무거운 덤벨이나 깊은 스쾃를 따라 하다가 무릎이나 허리를 다쳐 오는 환자를 여러 번 마주했습니다. 근육이 붙기도 전에 연골이 닳거나 디스크에 무리가 갑니다. 관절 충격은 최대한 차단하고 근육만 자극하는 순서로 안내합니다.
벽 스쿼트로 무릎 각도 조절
맨바닥에서 스쾃를 하면 중심이 흔들리며 무릎이 발끝 앞으로 밀려나 부담이 커집니다. 등을 벽에 붙이면 척추가 고정되어 안전합니다.
- 벽에서 발을 30센티미터 앞으로 두고 등과 허리를 벽에 붙입니다.
- 무릎이 90도가 되기 전, 45~60도까지만 내려갑니다.
- 허벅지 앞쪽에 자극을 느끼며 10~15초 버틴 뒤 천천히 올라옵니다.
- 하루 5세트 반복합니다.
의자 카프레이즈로 종아리 펌프 살리기
종아리는 다리로 쏠린 혈액을 심장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합니다. 중심 잡기가 불안하면 의자 등받이를 잡고 진행합니다.
- 의자 등받이를 두 손으로 가볍게 잡고 섭니다.
- 뒤꿈치를 최대한 들었다가 바닥에 닿기 직전까지 내립니다.
- 20회씩 3세트 진행합니다.
브리지로 코어와 둔근 깨우기
허리 통증이 있는 환자에게 가장 먼저 권하는 동작입니다.
- 매트에 누워 무릎을 세우고 발을 골반 너비로 벌립니다.
-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 힘으로 골반을 들어 어깨부터 무릎까지 일직선을 만듭니다.
- 3초 멈춘 뒤 천천히 내려옵니다. 15회씩 3세트 반복합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도 유산소운동, 저항성 운동, 유연성 운동, 균형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을 건강한 노년의 조건으로 꼽습니다. 관련 내용은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병원 밖에서도 이어가는 근육 저축 습관
헬스장 등록 후 사흘 만에 발길을 끊는 분에게는 거창한 운동 시간보다 일상 움직임을 바꾸시라고 권합니다. 걸을 때 보폭을 평소보다 10센티미터만 넓히면 허벅지 안쪽과 엉덩이 근육이 개입해 걷는 동작 자체가 하체 운동이 됩니다.
앉아 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등을 구부정하게 숙이지 않고 엉덩이를 의자 안쪽까지 밀어 넣은 뒤 척추를 세우면, 코어가 몸을 스스로 지탱하며 에너지 소비량이 늘고 근육 유지력도 함께 올라갑니다. 아이를 키우며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 뒤로는 이런 작은 습관부터 먼저 챙기게 됐습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이를 돌보다 보면 하루 종일 서 있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가 반복됩니다. 예전에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대충 주저앉았지만, 지금은 짧게라도 벽 스쾃 자세로 앉았다 일어서기를 몇 번 끼워 넣습니다. 운동 시간을 따로 내지 못하는 분일수록 이런 자투리 동작이 실제로는 더 오래갑니다.
병동에서 환자에게 운동을 권할 때도 마찬가지 원칙을 적용합니다. 하루 30분씩 헬스장에 가라고 말하면 대부분 지키지 못합니다. 대신 식사 후 화장실까지 걸어가는 길을 조금 돌아가시라거나, TV를 보는 동안 카프레이즈를 몇 번 넣으시라고 구체적으로 알려드리면 실천율이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근육 저축은 결심의 크기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작은 동작의 개수로 결정된다는 것을, 임상 현장에서 몸으로 배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매일 한 시간씩 걷는데 이것만으로 근감소증을 막을 수 없나요?
걷기는 심폐 기능과 혈관 탄력을 지키는 데 좋습니다. 다만 이미 줄어들기 시작한 근육량을 보존하거나 늘리는 데는 부족합니다. 걷기와 함께 벽 스쿼트나 브리지 같은 저항 운동을 주 3회 이상 병행해야 근손실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Q2.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 것이 낫나요?
매 끼니 단백질량을 음식으로 맞추기 어렵다면 보충제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제품은 맛을 내기 위해 당류를 많이 넣어 혈당 관리가 필요한 분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달걀, 두부, 생선 같은 자연식품을 기본으로 하고 부족한 양만 무첨가 단백질 파우더로 보충하는 방식을 권합니다.
Q3. 운동 다음 날 근육이 뻐근한데 계속해도 되나요?
관절이 찌릿하고 날카롭게 아픈 것이 아니라 허벅지나 엉덩이 깊은 곳이 묵직하게 느껴진다면 지연성 근육통입니다. 미세하게 손상된 근육 세포가 회복되며 더 단단해지는 과정입니다. 하루 정도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단백질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시면 됩니다.
병동을 오가며 지켜본 근감소증의 결말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조금 더 일찍 움직였다면 피할 수 있었던 낙상, 골절, 요양 생활입니다. 거창한 헬스장이나 값비싼 보충제가 없어도, 오늘 벽 스쾃 다섯 세트와 단백질 한 접시를 챙기는 것부터 근육 저축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