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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 치질 원인과 회복 이야기

healthplus3353 2026. 8. 11. 12:43

 

출산 후 3일째 되던 날, 화장실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항문 쪽에 뭔가 만져졌다. 손가락으로 확인하니 콩알만 한 덩어리가 튀어나와 있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병원에서 수년간 환자를 봐온 간호사였는데도 내 몸에 그 증상이 생기니 당황스러웠다. 의학 지식이 있어도 막상 겪으면 다르다는 걸 그때  알았다.

출산 후 산후 치질이 시작된 순간

진통이 길었다. 거의 하루 종일 진통을 겪은 끝에 아이를 낳았다. 분만 직후에는 회음부 통증이 워낙 심해서 항문 쪽 불편함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문제는 산후 3일째부터였다. 앉을 때마다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고, 배변 후에는 화장지에 피가 묻어 나왔다. 처음에는 회음절개 부위 때문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항문 밖으로 살덩어리가 나와 있었다. 손으로 밀어 넣으면 다시 들어갔지만 배변을 하고 나면 또 튀어나왔다.

그렇게 하루 꼬박 힘을 쓰고 난 몸이라 다리도 팔도 후들거리는 상태였다. 그 와중에 항문 쪽까지 이런 증상이 생기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다. 친정엄마는 조리를 도와주러 와 있었지만, 정작 이 증상은 입 밖으로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산후 치질이 생기는 이유

간호사로 일하며 환자들에게 설명하던 내용을 내 몸으로 다시 배웠다. 임신 후반기가 되면 커진 자궁이 골반 안쪽 정맥을 누른다. 이 압박으로 하반신 혈액이 심장 쪽으로 올라가는 흐름이 느려지고, 항문 주변 정맥총에 피가 고이기 쉬워진다. 게다가 임신 중 분비되는 호르몬은 혈관벽을 이완시켜 혈관이 늘어나는 것을 돕는다. 여기에 분만 시 배에 힘을 주는 과정이 더해지면 이미 부풀어 있던 정맥이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오게 된다.

서울아산병원 자료에 따르면 여성은 임신과 출산 시기에 골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항문 주변 혈관 울혈이 발생하기 쉽고, 이로 인해 치핵이 잘 생긴다고 설명한다(참고: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내 경우도 정확히 이 과정을 거쳤다. 진통 중 힘주기가 반복되면서 이미 늘어나 있던 혈관이 한계를 넘은 셈이다.

변비도 한몫했다

출산 후에는 장운동이 둔해진다. 수분 섭취가 부족했고, 모유수유를 시작하면서 몸의 수분이 계속 빠져나갔다. 변이 단단해지니 배변할 때 더 힘을 주게 됐고, 그게 다시 항문 압력을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지금 돌아보면 산후 첫 일주일 동안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은 게 가장 후회되는 부분이다. 작은 습관 하나가 회복 속도를 이렇게 바꿀 줄은 그때는 몰랐다.

수유 초반에는 갈증을 느낄 틈도 없었다. 아이가 두세 시간마다 깨서 젖을 물렸고, 그 사이사이 쪽잠을 자기 바빴다. 물병을 옆에 두고도 며칠은 거의 손대지 못했다. 

치질과 치열, 헷갈리기 쉬운 두 증상

내가 겪은 증상을 주변에 이야기하면 "그거 찢어지는 거 아니야?"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제로 살이 찢어지듯 날카롭게 아픈 것은 치열 쪽 증상에 가깝다. 치열은 단단해진 변이 항문 점막을 찢으면서 생기고, 배변 시 칼로 베이는 느낌과 함께 배변 후에도 괄약근 경련으로 통증이 오래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내가 겪은 것은 이 통증과는 달랐다. 날카롭게 찢어지는 통증보다는 묵직하게 눌리는 느낌, 앉아 있을 때 뭔가 걸리는 이물감이 더 컸다. 출혈도 상처에서 배어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배변 시 뚝뚝 떨어지는 형태였다. 같은 항문 질환이라도 증상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됐다.

손으로 만졌을 때의 느낌도 달랐다. 치열이라면 대개 겉으로 덩어리가 만져지지 않는다. 반면 내가 겪은 증상은 배변 직후 콩알보다 조금 큰 덩어리가 분명하게 만져졌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안으로 들어갔다. 

산후 치질 회복 과정에서 한 일

산부인과 퇴원 전에 담당 의사에게 물었더니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가라앉는다고 했다. 실제로 그랬다. 다만 저절로 낫는다는 말만 믿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세 가지를 꾸준히 지켰다.

  • 좌욕: 배변 후마다 따뜻한 물에 3분에서 5분 정도 앉아 있었다. 물 온도는 40도에서 42도 정도로 맞췄고, 너무 오래 하지는 않았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자료를 보면 좌욕이 항문 괄약근을 이완시키고 혈액순환을 도와 부기와 통증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나온다(참고: 대한대장항문학회). 실제로 좌욕을 하고 나면 뭉쳐 있던 느낌이 확실히 풀렸다.
  • 배변 시간 단축: 예전에는 화장실에서 잡지나 신문을 뒤적이며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 시기부터는 의식적으로 5분을 넘기지 않으려고 했다. 변기에 오래 앉을수록 항문 쪽 압력이 계속 실린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식이섬유와 수분 섭취: 미역국만 먹던 식단에 채소와 과일을 조금씩 늘렸다. 물도 하루 2리터를 목표로 마셨다. 변이 부드러워지니 배변할 때 힘주는 정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

모든 산후 치질이 저절로 낫는 것은 아니다. 내가 겪은 것은 손으로 밀어 넣으면 들어가는 정도였지만, 밀어 넣어도 다시 튀어나오거나 아예 들어가지 않는 경우, 극심한 통증이 갑자기 생기는 경우는 혈전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때는 며칠 지켜보지 말고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출혈량이 갑자기 늘거나 어지럼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산후 회복 중에는 몸이 정상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조금이라도 평소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면 참지 말고 산부인과나 외과에 문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병동에서 다시 보인 것들

복직 후 병동에서 환자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치질을 호소하는 환자를 보면 그냥 흔한 증상이라고 넘겼는데, 직접 겪고 나니 그 불편함의 무게가 다르게 다가왔다. 특히 고령 환자 중에는 오래전부터 증상이 있었지만  말을 못 하다가 출혈이 심해지고서야 검사를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았다. 맹장염이나 담석증이었다면 통증이 있는 즉시 병원을 찾았을 텐데, 항문 쪽 증상은 유독 말하기를 미루는 경향이 있었다.

한 환자는 몇 년째 증상이 있었지만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고 지냈다고 했다. 진료실에서 겨우 꺼낸 말이 "이런 걸로 병원 오는 게 창피해서요"였다. 그 말을 듣고 내가 겪었던 며칠간의 망설임이 겹쳐 보였다. 

산후 치질 말고도 위험한 생활 습관

치질이 임신과 출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병동에서 만난 환자들을 보면 직업과 생활 습관이 큰 영향을 준다.

오래 앉아 있는 습관

장거리 운전을 하는 환자,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사무직 환자들에게서 치질 증상을 자주 봤다. 좁은 좌석에 오래 앉아 있으면 하복부 혈류가 정체되고 항문 주변 혈관에 지속적으로 압박이 가해진다.

식이섬유 부족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변비가 심해지는 환자도 많았다. 식이섬유 섭취가 부족하면 변이 단단해지고,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주게 되면서 항문 압력이 반복적으로 올라간다.

산후 치질 예방을 위해 지금 하는 것들

회복 후에도 재발을 막기 위해 몇 가지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 변기에 오래 앉지 않기
  • 물을 자주 마시기
  • 채소를 매 끼니에 챙기기
  • 배변 신호가 오면 미루지 않고 바로 화장실에 가기

변의를 미루면 변이 장 안에서 더 단단해지고, 결국 다음 배변 때 더 큰 힘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도 충분한 섬유질 섭취, 물 마시기, 규칙적인 운동, 짧은 배변시간 유지가 치핵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참고: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육아 중에는 몸을 돌보는 일이 항상 뒷순위로 밀린다. 물 한 잔 마실 시간도 아이 재우는 시간에 밀려 지나가 버린다. 그래도 물병을 손 닿는 곳에 늘 두고, 앉아서 수유할 때마다 한 모금씩이라도 마시는 습관을 들이고 나서는 확실히 몸 상태가 달라졌다. 작은 습관이지만 반복하면 효과가 쌓인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자주 묻는 질문

산후 치질은 저절로 없어지나요?

경증인 경우 대부분 몇 주에서 몇 달 사이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 다만 혈전이 생기거나 통증이 심해지면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나도 완전히 가라앉기까지는 두 달 가까이 걸렸다.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데는 몇 주가 걸렸지만, 완전히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가 되기까지는 그보다 더 오래 걸렸다.

모유수유 중에도 치료를 받을 수 있나요?

좌욕이나 식이 조절은 수유 중에도 문제없이 할 수 있다. 연고나 약물이 필요한 경우에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수유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성분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다음 출산 때도 다시 생기나요?

이전에 치질을 겪었다면 다음 임신에서도 재발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임신 초기부터 변비 관리와 수분 섭취를 신경 쓰면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좌욕은 하루에 몇 번 정도가 적당한가요?

보통 하루 두세 번, 배변 후마다 하는 것이 권장된다. 한 번에 3분에서 5분이면 충분하고, 너무 오래 하거나 물을 지나치게 뜨겁게 하면 오히려 항문 주변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오래 앉아 있을수록 좋은 줄 알고 10분 넘게 좌욕을 한 적이 있는데, 다음 날 피부가 오히려 예민해지는 걸 느끼고 시간을 줄였다.

치질 수술은 꼭 받아야 하나요?

모든 치질이 수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증상이 가볍고 좌욕이나 식이 조절로 반응이 있다면 보존적 치료로 충분한 경우가 많다. 다만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할 정도로 진행됐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심하면 외과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나는 보존적 관리만으로 회복됐지만, 병동에서는 증상이 오래 방치되어 수술까지 이어진 환자도 여럿 봤다. 증상이 가벼울 때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결국 수술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엄마가 이렇게까지 힘든 과정을 거쳐 자신을 낳았는지 알 길이 없다. 알아주길 바라고 겪은 일도 아니다. 다만 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 증상이 몸이 겪는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것을 전하고 싶다. 

간호사로서 환자에게 설명하던 지식과, 산모로서 직접 겪은 경험은 결이 달랐다. 아는 것과 겪는 것 사이의 거리를  확실히 느꼈다. 지금도 누군가 비슷한 증상을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숨길 필요 없다고 먼저 말해준다. 배변 습관을 조금 바꾸고 증상이 생기면 미루지 말고 관리하는 것, 그것이 회복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