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헬스케어)

eGFR 수치, 크레아티닌 정상인데 낮은 이유

healthplus3353 2026. 8. 2. 10:44

크레아티닌이 정상인데 eGFR이 낮다는 결과를 받고 당황한 적 있으십니까? 병동에서 수십 년을 일하면서 이 질문을 보호자에게, 환자에게 정말 셀 수 없이 많이 들었습니다. . 이 질문이 나올 때마다 저는 검사지 한 장으로 5분짜리 설명을 해야 했습니다. 그 5분의 내용을 여기에 풀어 씁니다.



크레아티닌과 eGFR, 같은 신장 검사인데 왜 결과가 다를까

병원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같은 수치를 두고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장면을 자주 봅니다. 특히 크레아티닌(Creatinine)과 eGFR — 이 두 검사가 그렇습니다.

크레아티닌이란, 근육이 에너지를 쓰고 나서 생기는 노폐물입니다. 근육이 활동하면 크레아틴인산이라는 물질이 분해되고, 그 최종 산물이 크레아티닌입니다. 이 노폐물은 혈액을 타고 신장으로 이동해 소변으로 빠져나갑니다. 그러니까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가 높다는 것은, 신장이 이 노폐물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문제는 이 크레아티닌 수치가 근육량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입니다. 근육이 많은 사람은 크레아티닌을 더 많이 만들어냅니다. 반대로 근육이 적은 노인은 노폐물 자체를 적게 생산합니다. 그래서 70대 노인의 크레아티닌 수치가 정상 범위 안에 있어도, 신장이 실제로는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폐물이 애초에 적게 생기니까 쌓이지 않을 뿐, 신장의 여과 능력 자체는 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제가 내과 병동에서 일할 때 직접 겪어보니, 크레아티닌만 보고 "괜찮겠지" 싶었던 노인 환자가 eGFR 결과에서는 60 아래였던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처음엔 저도 의아했는데, 이 원리를 이해하고 나서는 당연한 결과라고 느꼈습니다.

바로 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eGFR, 즉 추정 사구체여과율(Estimated Glomerular Filtration Rate)입니다. 여기서 사구체여과율이란, 신장의 사구체라는 필터 구조물이 1분 동안 혈액을 얼마나 걸러내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eGFR은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에 나이, 성별을 함께 대입해 계산합니다. 같은 크레아티닌 1.0 mg/dL이라도 25세와 75세의 eGFR은 완전히 다르게 나옵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근육량이 적고 크레아티닌 생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같은 농도라도 신장 기능이 더 나쁜 것으로 해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eGFR 60 미만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만성콩팥병(CKD, Chronic Kidney Disease) 3기 이상으로 분류하며 신장내과 전문의 상담이 권고됩니다. 크레아티닌 단독 수치로는 이런 경계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eGFR이 표준 지표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출처: 대한신장학회).

  • 크레아티닌: 혈액 속 노폐물 농도를 직접 측정, 근육량의 영향을 크게 받음
  • eGFR: 크레아티닌 + 나이 + 성별을 함께 계산한 신장 여과 능력 추정치
  • eGFR 90 이상: 정상 / 60~89: 경과 관찰 / 60 미만 3개월 이상: 만성콩팥병 평가 필요
  • 노인은 크레아티닌 정상이어도 eGFR이 낮을 수 있어 반드시 두 수치를 함께 봐야 함
요약: 크레아티닌은 근육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나이와 성별을 함께 반영한 eGFR이 신장 기능을 더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eGFR 수치가 낮을 때, 놓치기 쉬운 오해와 실제 대처법

검사 결과를 받아 든 분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하는 것이 있습니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합니다. "물을 많이 마시면 신장이 좋아진다"는 이야기,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병원에서 일할 때,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보호자가 몰래 물을 많이 먹이다가 상태가 악화된 경우를 실제로 목격했습니다. 수분 과부하로 폐에 물이 차는 상황이었습니다. 탈수로 인해 일시적으로 eGFR이 낮아진 경우라면 수분 보충이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만성콩팥병(CKD)이 진행된 상태라면 무조건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의료진과 반드시 상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또 하나 자주 나오는 오해가 단백질입니다. "신장이 나쁘면 단백질을 무조건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eGFR이 정상인 사람에게 단백질 제한은 오히려 근육 손실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단백질 제한이 필요한 시점은 만성콩팥병 3기 이상, 혹은 의사가 구체적으로 권고한 경우입니다. 무분별한 제한은 영양 결핍과 근육 감소를 부를 수 있고, 역설적으로 크레아티닌 생성이 줄어들어 eGFR 수치를 왜곡하는 효과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한편, eGFR 계산에는 인종도 반영됩니다. 과거 미국에서 사용하던 MDRD 공식이나 CKD-EPI 공식에는 흑인 여부를 별도로 구분하는 변수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근육량의 인종 간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2021년 이후 미국신장재단(NKF)과 미국신장학회(ASN)는 인종 변수를 제거한 새 CKD-EPI 2021 공식으로 전환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비흑인 기준을 적용하므로 이 부분은 크게 영향이 없지만, 검사 결과지에서 eGFR 계산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알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출처: National Kidney Foundation).

eGFR이 한 번 낮게 나왔다고 바로 신부전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병동에서 보아온 환자들 중에도, 재검 후 정상으로 돌아온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약물, 탈수, 일시적인 감염 등도 수치를 낮출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번의 결과가 아니라 3개월 이상의 경과입니다. 그리고 수치만이 아니라 단백뇨, 혈압, 혈당, 신장 초음파를 함께 봐야 신장 건강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반드시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아래 상황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신장내과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런 징후들을 두 가지 이상 동시에 확인했을 때 가볍게 넘긴 환자일수록 이후 경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 eGFR 60 미만이 3개월 이상 반복해서 확인될 때
  • 소변에 거품이 지속적으로 많이 생길 때 (단백뇨 가능성)
  • 크레아티닌 수치가 검사마다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일 때
  • 당뇨병, 고혈압이 있으면서 혈당·혈압 조절이 잘 안 될 때
  • 다리, 발목이 자주 붓거나 소변량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 때
요약: eGFR 수치가 낮아도 원인과 경과를 함께 봐야 하며, 물 과다 섭취나 무조건적인 단백질 제한 같은 민간 대처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크레아티닌은 정상인데 eGFR만 낮으면 신부전인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이가 많아 근육량이 적으면 크레아티닌 생성 자체가 줄어 수치가 정상으로 보이더라도, eGFR은 낮게 계산될 수 있습니다. 단 한 번의 결과로 신부전을 진단하지 않으며, 3개월 이상 반복 확인과 단백뇨·혈압·혈당 등을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Q. 물을 많이 마시면 eGFR이 올라가나요?

A. 탈수로 인해 일시적으로 낮아진 경우라면 수분 보충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만성콩팥병이 있는 상태에서 무조건 물을 많이 마시면 수분 과부하가 생겨 오히려 위험합니다. 수분 섭취량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Q. eGFR 검사는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나요?

A.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다면 연 1~2회 이상 확인이 권고됩니다. eGFR이 60~89 구간이라면 6개월~1년 간격으로, 60 미만이면 3~6개월 간격으로 추적 검사가 필요합니다. 정확한 주기는 담당 의사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Q. 운동을 하면 크레아티닌이 올라가서 eGFR이 낮아질 수 있나요?

A. 격렬한 운동 직후 일시적으로 크레아티닌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eGFR이 낮게 나올 수 있으나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혈액검사 전날과 당일에는 과격한 운동을 피하는 것이 더 정확한 수치를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신장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을 먹어도 되나요?

A. 신장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일부 보충제나 한약, 고용량 비타민이 오히려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칼륨이나 인 함량이 높은 식품이나 보충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어떤 보충제든 복용 전 신장내과 의사와 반드시 상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결론

크레아티닌이 정상이어도 eGFR이 낮을 수 있다는 사실,  두 수치는 서로 다른 각도에서 신장을 들여다보는 검사입니다. 하나만 보고 안심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오랜 시간 병원에서 보아온 것은, 결과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분들이 훨씬 좋은 경과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eGFR 수치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추세입니다. 올라가고 있는지, 내려가고 있는지를 꾸준히 확인하고, 혈압과 혈당 관리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신장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참고: 유튜브 — 신장 기능 검사 크레아티닌과 사구체여과율 해설 | 대한신장학회 | National Kidney Foundation — GFR 해설